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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해 나간 일터에서 우리의 이웃들이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한 제빵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50대 여성 노동자가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누군가의 아내요 사랑스러운 어머니였을 분입니다.

작년에도 산재 사망사고를 내고 국민적 지탄을 받았고, 경영진이 대국민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최근까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9일에는 안성의 한 상가건물 공사 현장이 무너지면서 두 분이 돌아가시고 한 분이 중상을 당했습니다. 사망한 두 분은 베트남 국적의 젊은 형제였습니다.

지난 6월 하남시의 한 대형할인점에서 카트를 옮기던 서른 살 청년노동자가 쓰러져 생명을 잃었습니다. 사고 전날에는 폭염 속에서 10시간 동안 4만 3천 보, 26km를 걸었다고 합니다.

서현동 묻지마 흉기 난동,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태풍 등 다른 이슈에 가려진 채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2022년 고용노동부의 공식 통계를 보면 일터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2,223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세계 10위권에 오르는 경제대국이 됐지만, 산업재해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등 이전과 다른 형태의 노동이 늘어나면서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의 뿌리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수익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문화입니다. 먹고 사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개발연대의 일그러진 유산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기업들이 사업주 처벌 방어를 위한 로펌 선임비용만 늘렸을 뿐 정작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예산은 얼마나 늘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우리 기업, 대한민국 사회의 경쟁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조금 늦고 돈이 더 들더라도 안전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챙기는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과 노동자, 지자체와 일반 시민들 모두 나서 제도와 문화, 오랜 관습을 바꿔야 합니다.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생명보다 값지고 급한 것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